비움, 본질 그리고 헤리티지: 청주공예비엔날레에서 탐구한 네오룬의 미학
지난 9월,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와 손잡고 진행된 제네시스 청주의 공예 전시 ‘차오르는 밤: Night in Motion’은 단순한 자동차 전시를 넘어 예술과 기술의 새로운 교차점을 제시하며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전시는 제네시스 최초의 초대형 SUV 콘셉트 ‘네오룬(Neolun)’을 중심으로, 국내 신진 공예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펼쳐내는 조화로운 미학으로 관람객들에게 깊은 예술적 경험을 선사했다.
이번 전시를 빛낸 공예 작가 3인과 만나, 각기 다른 소재로 예술을 구현하는 그들의 장인정신과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를 통한 제네시스와의 만남, 그리고 네오룬에서 느낀 미적 감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정소윤 작가: 실로 꿰어낸 ‘비움’의 산수
제네시스 청주 전시장을 감싸는 듯한 스케일감의 산수화는 섬유라는 매체를 통해 자연과 인체를 주제로 한 정소윤 작가의 작품이다. 그는 삶의 어려움 속에서 인간 존재와 삶의 자세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자연의 일부로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태도를 작품에 담고 있다고 한다.
실타래를 꿰어 산수화를 그려낸 작품에서 장인정신이 느껴졌다. 실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섬유예술을 전공하며 자연스럽게 실을 다루는 법을 익혔다. 처음 실로 드로잉을 시작했을 때, 그 행위 자체가 매우 신선하고 흥미롭게 다가왔고, 시간이 지나며 실은 단순한 재료를 넘어 연필과 같은 하나의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다. 실과의 만남은 창작의 본질을 발견하게 해준 운명적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작품은 이동 과정 중 창에 비치는 산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다. 본인에게 이동의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
제품 제작 당시 서울과 예천을 오가는 시간이 많았는데, 이동 중에 자동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끊임없는 산맥의 모습이 제 작품의 핵심 모티프가 됐다. 그 이동의 시간이 저에겐 사색의 시간이자, 마음에 갖고 있던 아픔을 덜어내는 치유의 순간이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 역시 이러한 '자동차가 준 추억'을 담고 있다.
이번에 네오룬 콘셉트와 본인의 작품을 함께 나란히 전시하면서 차량에 대한 첫인상과 두 작품 간의 조화로운 배치를 위한 별도의 노력이 있었는지?
우선 '네오룬'이라는 이름 자체가 굉장히 시적이고 마치 하나의 작품 같다고 느껴졌다. 실제로 네오룬을 처음 보았을 때, 간결하면서도 묵직한 존재감이 강렬하게 다가왔고, 공예의 정수가 담겨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네오룬의 색상이 검은색과 파란색의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이 색감을 제 작품과 조화롭게 연결하기 위해 산수화 앞쪽 산맥에 사용된 실의 컬러를 네오룬의 색감에 맞춰 조정했다.
단순 색상뿐만 아니라, '비워냄으로서 본질에 다가간다'는 제네시스의 디자인 미학 또한 산수 풍경에서도 연상된다. 본인에게 '비워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예술의 관점에서 '비움'은 정말 어렵다. 작가라면 누구나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더 멋있어 보이길 바라며 계속 손을 대기도 한다. 때문에 여백이야말로 묵직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무기라고 생각한다.
제네시스 또한 '여백의 미' 철학을 추구하며, 이 비움의 개념이 실내 공간에서 '탑승자의 안락함'과 '간결한 작동법'으로 구현돼 네오룬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산업 디자인 분야를 깊이 관찰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제네시스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의 철학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돼 큰 공부가 됐다.
김호정 작가: ‘헤리티지’를 빚는 도자의 지속가능성
김호정 작가는 흙이라는 재료를 통해 전통과 본질의 흐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제네시스 청주에 전시된 그의 도자는 단순한 전통의 복원이 아닌, 흙이 품고 있는 시간성을 자신만의 색으로 새롭게 구현해 늘 확장하고 변화하는 변모를 보여준다. 그는 헤리티지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관점, 네오룬 콘셉트와 공유하는 한국적 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빗살무늬 토기, 달항아리 등 한국적 유산을 작가님만의 시선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과거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에 있어 가장 중시하는 본인만의 관점은 무엇인가?
지속가능성을 가장 중시한다. 단순히 유행을 따르거나 감정에 치우치기보다는, 제 작품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미래 세대에 어떤 가치를 물려줄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한다.
도자기는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고 발전해 온 문화적 자산이다. 저는 흙이라는 재료의 본질이 인류와 어떻게 연결되어 왔는지를 연구한다. 또한, 최초의 도자기가 점차 인류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킨 것처럼 도자기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의 청사진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다음 세대가 이어받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문화유산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유산인 도자는 제네시스의 브랜드 철학과도 유사해 보인다.
제네시스 홈페이지를 살펴보며 "담대한 선택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갑니다”라는 제네시스의 비전과 제 작업이 깊이 연관돼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제네시스 청주에서 달항아리 시리즈를 함께 전시하고 있기에 네오룬 콘셉트가 달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는 사실이 매우 반갑게 다가왔다.
네오룬에 대해 알아가며 전통 한옥의 여닫이 대문이나 온돌 등 지극히 한국적인 문화 요소를 타임리스 디자인에 녹여낸 점이 인상 깊었다.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닌, 새로운 기술이 있더라도 고유의 가치를 잃지 않으려는 제네시스의 노력이 제 직업의 본질과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품에서 포착되는 한국적 미감과 독창적인 색조는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미학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본인에게 색은 어떤 의미이며, 공예적 미학과 장인정신의 관점에서 제네시스가 선보이는 한국적 미감과 색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작품에 활용되는 컬러들은 자연의 색으로 분류하는데, 지역에서 받은 영감으로 네이밍을 적용하는 제네시스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제 작품 중 플로우 컬렉션의 레드 시리즈는 불에 구웠을 때 나타나는 지역별 토양 성분의 미세한 차이를 활용해 흙의 본질적인 색과 지역성을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네오룬에 활용된 쪽빛 색상을 자세히 살펴보니, 단순히 파란색으로 한정되지 않고 오묘하면서도 깊이 있는 색감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색감은 네오룬이 단순한 자동차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미감을 구현했다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제네시스와 같은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와의 프로젝트의 참여가 본인의 창작 과정이나 예술적 관점에 변화를 가져왔는지 궁금하다.
제네시스가 지극히 한국적인 요소를 탑재한 차량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선보이는 행보는, 해외에서 활동하며 한국적 미감을 현대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제 비전과도 깊이 공명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네오룬을 통해, 제네시스가 단순히 기술력을 넘어 아니라 한국의 건축, 디자인, 전통적 문화 요소를 혁신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에 감명받았다. 앞으로 제네시스가 이러한 고유의 가치를 더 넓은 글로벌 무대에서 선보이며,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기대한다.
박성훈 작가: 유리에 담아낸 빛과 공간의 ‘본질’
박성훈 작가는 1,200도에 달하는 용해로 안에 녹은 투명 유리에 입김을 불며 원하는 형태를 만드는 ‘유리 블로잉’ 기법의 대가다. 유리에 빛과 공간의 조화를 담아내는 그의 대표 작품인 ‘VOID’와 ‘SEED’ 시리즈의 작품물을 네오룬 콘셉트와 함께 전시한 그는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유리공예의 매력과 끊임없이 본질로 나아가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블로잉과 연마하는 작업 방식 자체가 본인만의 기술이자 작품이라고 들었다. 수많은 반복과 수련을 통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 같은데, 작품 한 개를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나?
먼저 간단히 비유하자면, 블로잉은 작품의 바탕이 되는 캔버스를 만드는 과정이며, 연마는 그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다. 사실 블로잉보다 연마의 비중이 훨씬 크다. 2주 동안 집중적으로 블로잉 작업을 한 뒤, 나머지 9~10개월은 오로지 연마에 몰두한다. 가장 큰 사이즈의 작품을 하루 평균 12시간 작업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마에만 약 12일이 소요된다. 이런 긴 작업은 작품을 완성했을 때 느끼는 희열과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의 일부다.
작품의 특징과 제작 과정에서의 철학이 궁금하다.
제 작품의 형태는 항상 ‘구(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리공예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보통 컵이나 접시처럼 유리의 물성을 이해하기 쉬운 형태부터 시작하는데, 이러한 모든 형태의 근원은 구에서 시작된다. 저는 구가 모든 가능성을 품은 가장 근원적이고 순수한 형태라고 생각하며, 유리 본연의 기초와 본질을 구현하기 위해 이 형태를 고수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함께한 본인의 작품 ‘SEED’와 ‘VOID’ 시리즈는 각각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궁금하다. 또한 이 두 작품은 네오룬 콘셉트와 어떤 연결점을 보여주나?
'VOID' 시리즈는 유리 본연의 순수한 형태와 미학을 탐구하며,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는 과정을 통해 본질을 찾고자 한다. 반면, ‘SEED’ 시리즈는 구 형태의 입구를 열어 새로운 시작과 끊임없이 진화하는 생명력을 상징한다. 두 작품은 각각 ‘덜어냄을 통한 본질 추구’와 ‘미래 지향적인 움직임’ 이라는 철학을 담고 있으며, 네오룬 콘셉트와도 연관돼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며 미래로 향하는 혁신으로 끊임없이 나아가고자 하는 역동적인 생명력을 보여주는데, 이는 2006년부터 꾸준히 유리공예를 통해 ‘구’를 탐구하며 본질에 집중해 온 제 모습과도 닮아 있다 느꼈다.
처음으로 제네시스와 협업을 진행하시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순간이나, 본인이 공감했던 제네시스의 철학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전시 준비에 앞서 제네시스 청주에서 도슨트 투어를 진행했었는데 제네시스 차량의 색상마다 고유한 영감과 스토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유리공예도 무한에 가까운 색 조합이 가능하지만, 저는 이전까지 색상을 단순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물감으로만 생각해왔다. 앞으로 제네시스의 컬러 스토리에 대해 배운 것을 바탕으로, 제 작품에도 이러한 색상의 서사를 탐구해볼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이번 제네시스 청주에서 열린 공예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 예술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테이트 모던 및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부산국제영화제 등 글로벌 무대에서도 폭넓은 문화 예술 지원 활동을 통해 예술적 가치를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소윤 작가는 “청주를 상징하는 비엔날레와 협력했다는 것 자체가 지역 활성화를 위한 제네시스의 배려라고 생각한다”고 전했으며, 김호정 작가는 “제네시스가 테이트 모던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후원을 통해 예술에 기여하는 부분이 매우 긍정적이며, 이러한 후원이 작가로서 희망이 되는 기회들을 제공한다”며 지지를 표했다.
작가들은 오는 11월 2일까지 운영되는 ‘차오르는 밤: Night in Motion’ 전시에 참석할 관람객들에게 자신들의 작품과 네오룬 콘셉트가 만들어 내는 조화로운 미학을 온전히 느껴보길 당부했다. 정소윤 작가는 “많은 분이 오셔서 네오룬과 예술 작품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를 직접 느껴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으며, 박성훈 작가는 “네오룬과 유리공예 작품이 주변 공간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느끼고, 작품의 메시지를 보다 흥미롭게 감상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호정 작가는 “작품과 자동차의 연결을 통해 네오룬의 스토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